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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지금은 오전 6시 42분

정말 오랜만에 새벽기도를 했다. 갑자기 자발적인 마음이 난 건 아니고.. 발심행자 교육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기도 참석이 의무였기 때문이다. 반 강제(?)였긴 하지만 기도를 하고 마음이 정화된 느낌이 참 좋다. 고요한 아침을 마주하니 글이 쓰고 싶어져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남기려고 한다.

 

1.

요즘 갑자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몇 주 전부터는 머리 감을때마다 병걸린 사람처럼 셀 수없이 빠져서 마음이 참 힘들었다. 이 속도로 가다간 정말 탈모인이 될 것 같아 불안했고, 술도 잘 안먹고 채식지향 식생활을 하는 내게 왜 이런일이 생기는지 억울하기도 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병원 상담을 받고, 인터넷 서칭을 하고, 유투버의 운동법도 따라해보고, 또 두피케어센터에도 다녀오며 노력하기 시작했다. 나름의 조사와 임상실험(?)을 토대로 현재까지 내린 결론은 혈액순환과 수면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기본적인 요소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머리가 빠지고 나자, 새삼 머리카락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그동안 머릿결이 어떠니 하면서 고민했던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었는지도 깨닫게 되었고 말이다. 잃어봐야만 소중함을 아는 나란 인간... 하지만, 머리카락이 없어도 머리통(?)이 있어 행복하다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으니, 열심히 노력해서 어서 득모의 길로 접어들고자 한다.

 

2.

꾸준히 운전을 하고 있다. 아직 엄마 차를 빌려쓰는 주 1회 드라이버이긴 하지만(평행주차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건 비밀..), 그래도 조금씩 늘어가는 운전 실력이 뿌듯하다. 좀 이따가는 차를 몰고 시내 비건 빵집에 가서 달콤 촉촉한 비건 마들렌을 사고 고소한 두유라떼를 테이크아웃 해 올 계획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괜히 설레는 걸? 연말 연휴라고 빵집이 문을 닫는 불상사만은 없기를 기도해 본다.

 

3.

연말을 맞아 차근히 올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고 싶어 12월 마지막주는 휴가를 냈다. 12월 25일부터 1월 3일까지 공휴일 포함 장장 10일을 연속으로 쉬는 초특급 휴가이다. 휴가기간의 첫 날이었던(그리고 나홀로 크리스마스였던..) 어제는 조용히 쉬면서 김치찌개와 버섯볶음(덮밥으로 시작했지만 물이 다 졸아서 볶음으로 완성됐다고 한다)을 해먹었다. 수면 관련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약간은 조급한 마음으로 천천히 하루를 보냈다. 저녁엔 갑자기 짜증이 나서 아빠와 저녁을 먹으면서 틱틱거렸고, 아빠가 식탁을 빨리 뜨는 것을 보고는 죄책감에 빠졌다. 9시부터 전자제품 사용 안하기를 실천하고 10시에 잠자리에 들었고, 자다가 두어번 깼지만 무사히 다시 잠들었다.

 

회사도 안가고 외출도 안하니 내 맘껏 채식요리를 해 먹을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건강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식사가 몇 배로 행복해지는 것 같다. 오늘은 채식 카레를 해서 며칠 전에 사 놓은 고수를 올려 먹을 생각이다. 냉장고에 잠자고 있던 카레가루가 제발 상하지 않았기를 기도하며.. 귀차니즘을 이기고 방울토마토를 사와서 맛있는 카레를 해먹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20년 12월 26일 오전 6시 42분부터 7시 30분.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이 담긴 글을 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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