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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어제 도반들과 1년의 경전반 수업을 마무리하는 갈무리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2년의 불교대학 과정이 모두 끝났다. 시간이란 정말 빠르구나..ㅎㅎ 갈무리에서 발표했던 소감문을 기록해놓고 싶어 블로그에도 옮겨 본다.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경전반 1년 과정이 끝났다.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신없는 한 해였다. 잠깐이면 될 줄 알았던 온라인 모임으로 1년의 대부분을 채우며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갈무리 소감문을 써 달라는 담당님의 부탁을 받고, 작년 불대 졸업 때 써놨던 소감문을 다시 찾아 읽어보았다.

작년 불대를 들어오기 전의 나는 마음의 바탕에 늘 우울한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있었던 것 같다고 하는 이유는 사실 그 때의 마음이 잘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괴로움에 도저히 답을 찾지 못해 행복학교를 찾아가고, 또 불대를 다니면서 나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었다. 불교대학을 다니던 초반에는 사홍서원의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부분을 부를 때 눈에 눈물이 고이곤 했었다. 번뇌를 끊고 싶다는 말이 가슴에 사무쳐올 정도로 그 땐 정말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니까.

 

요즘 사홍서원을 부를 때면, 가끔 그 때의 나를 떠올린다. 그 시간 나를 괴롭혔던 번뇌가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궁금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지? 물론 아직도 매일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도 나지만, 예전처럼 서글프거나 우울한 기분은 많이 들지 않는다. 마음의 기본 토양이 예전보다 단단해진 느낌이랄까.

 

불대를 졸업할 때 괴로움 없이 사는 법을 조금 알게 되었다면, 경전반을 졸업하면서는 지금의 나만 해도 참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나는 항상 지금의 나 자신은 모자라고,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책을 하며 살았다. 이상만큼 따라와주지 않는 내가 한심했고, 언젠가 제대로 바뀌어서 더 멋진 삶을 살겠다는 망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지금의 나만 해도 썩 괜찮고, 사실 참 잘 살고 있다는 걸. 이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정토회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행복학교, 불교대학, 동북아 역사기행, 깨달음의 장, 경전반, 발심행자 교육까지, 불법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주고 도와주신 도반님들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감사하고 가슴이 뭉클하다. 만약 혼자서 온라인으로 경전반을 들어야 했다면 내가 얼마나 할 수 있었을까? 한 달? 두 달은 했을까? 매주 목요일 언제나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수업을 열어주신 담당님과, 늘 함께 경전 공부를 해 주신 도반님들이 계셨기에 내가 이렇게 졸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만난 적은 몇 번 없지만, 매주 얼굴을 보며 솔직한 마음을 나누면서, 도반님들과도 보이지 않는 끈끈한 유대감과 정이 생긴 것 같다.

 

어느덧 1년의 시간이 흘러 경전반을 마치게 되니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든다. 바쁘다고 법문을 빼먹기도 하고, 법문 틀어놓고 많이 졸기도 해서, 누가 금강경이 뭐에요, 반야심경이 뭐예요 라고 묻는다면 꿀 먹은 벙어리로 꽁무니를 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경전 지식은 많이 남기지 못했어도 하나 확실히 남기고 가는 것이 있다면, 바로 예전보다 행복해진 나 자신이다. 경전반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즐겁게 수행하고 가볍게 전법하는 수행자가 되고 싶다. 소감을 마무리하며 조용히 수행문을 외워 본다.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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