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늘의 후회

아솔 2022. 9. 1. 23:36

퇴근 후 가사를 쓰는 대신,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놀 때는 즐겁고 좋았는데 집에 오니 후회가 가득하다. 친구는 주말에 만나고 평일에는 내 루틴을 하기로 했었는데..ㅜㅜ 늦게 와서 이것 저것 하려니 피곤하고 자고만 싶다. 9월 한 달 동안은 평일에 약속을 잡지 말고 루틴에만 집중해야 겠다. 오늘은 길게 글 쓸 정신이 없어 좋아하는 작가 이연의 책 한 구절로 마무리한다.

 

무명을 즐겨라.
이 말은, 언젠가는 내가 작가가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주문인 동시에 지금 내가 자유의 몸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문장을 읽은 후 나는 아무렇게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무명이니까, 사고를 쳐도 아무도 모르겠지.
그제야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그릴 수 있게 됐다. 아무도 나를 모르니까, 내가 뭘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않겠지. 아주 사소한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빗자루, 무표정, 바나나, 바르셀로나, 손가락 등.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가장 좋아서, 그런 것들만 잔뜩 그렸다.
급작스럽게 유투브 채널이 커진 하룻밤 사이에 나는 무명을 잃었다. 영원할 것 같아도 언젠가 떠날 녀석이었던 거다. 여러분, 남들이 나를 모른다는 일은 나쁜 게 아니다. 그것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 유명해진 이가 가장 그립게 추억할 시절이 무명이다. ‘아무도 너를 몰라. 그래도 괜찮니?’라는 이 미운 질문에 다시 한번 힘주어 대답하자. 몹시, 충분히 괜찮다고.

(이연,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2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