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접 모든 음원사이트에 청구해야 한다고요?"
"네. 협회 등록 이전에 발생한 건은 개별적으로 다 징수하셔야 합니다."
망했다.
평소에도 귀찮은 일은 (사실 거의 모든 일을) 미루고 미루다 막판에 하는 내가 드디어 망하고야 말았다.
10월에 첫 곡이 발매된 후 가장 중요한 저작권 협회 등록을 늦게 하는 바람에 첫 두달치의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게 된 거다. 협회 직원은 친절하게 내가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곡이 발매된 모든 음원사이트(국내와 아마도 해외까지도)에 직접 연락해서 돈을 받아야 하고, 내야하는 서류도 꽤 많을거라고 말이다.
난 정말 뭐하는 인간이지?
작사가로 데뷔하고 싶어 간절했던 때는 까맣게 잊고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 내 첫 곡이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받게 될 저작권료를 허공에 뿌려버리다니. 참으로 오랜만에 깊은 자괴감이 들었다. 그 수많은 음원사이트를 어떻게 다 알아내어 연락을 한단 말인가... 그나마 천만 다행인 점은, 히트곡이 아니라 어차피 금액은 많지 않을 거라는 것? 물론 금액이 문제는 아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다고 달래봐도, 정말이지 내 자신이 싫다. 이번 일을 교훈으로 미루는 버릇을 완전히 고쳐야만 이 바보같은 실수를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내일부터 그동안 미뤄왔던 일을 하루에 한 가지씩 해버려야지. 미루는 인간의 최후는 오늘 이 자리에서 끝내고, 오늘의 배움만을 가슴에 새겨야겠다. (물론 날아간 저작권료도 최대한 받아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