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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3박 4일 명상 교육을 다녀와서

 

명상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지 삼일이 지났다. 겨우 며칠 전이었는데, 마치 꿈을 꾸고 온 것 같다. 나는 평소에도 명상에 관심이 많았고 불교명상을 조금 배우기도 했지만 일상에서 실천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명상교육에 많은 기대를 했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행복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호흡명상, 별빛명상, 바디스캔, 바다명상, 색채명상, 요가명상 등 하나하나 특색있게 너무 좋았어서 무엇이 제일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숲명상과 공감명상이었다.

숲명상은 산을 오르며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는 명상이었다. 걷기명상을 통해 발바닥의 감촉에 집중하는 법을 배운 후 다같이 뒷산을 올랐다. 운동화 밑으로 느껴지는 산길의 감촉이 풍부하고 예민하게 다가왔다. 산행 첫 15분 정도가 급격한 오르막이었는데, 발 밑의 감각에 집중하며 다음 걸음만 내딛는다는 생각으로 오르니 할 만 했다. 인생도 이렇게 지금 내딛는 발의 느낌에 집중하며 그저 다음 발을 내딛으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걷다가 산 속 계곡 근처에 앉아 물소리에 집중하는 명상을 했다. 또록또록 통 통 물소리가 불규칙하게 났다. 물줄기도 계속 같은 데로 흐르는 게 아니고 이렇게 저렇게 왔다 갔다 변화하며 흐르는구나... 산을 내려오는 길에는 눈을 감고 옆사람에 의지해 걷는 블라인드 워킹을 했다. 앞이 안보이니 불안한데다 직진을 하는지 휘어가는지도 모르겠는 순간, 발바닥의 감촉과 얼굴 위로 떨어지는 햇볕의 따스함이 확 살아났다. 눈을 뜨고 걸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 몸으로 느껴졌다.

​공감명상 시간에는 스트레스를 받게 한 타인에 대해 공감의 마음을 갖는 방법을 배웠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배우고 있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인정과 존중을 받고 싶어 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스트레스를 준 사람을 떠올리며 문구들을 되뇌이니, 신기하게도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무턱대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칠까봐 처음엔 살짝 방어자세로 임했는데, 선생님이 나지막히 말씀해주시는 문구들이 마음위로 앉으며 방어막이 스르르 풀렸다. 나를 불편하게 한 그 사람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배우고 있는 중이라는 것. 우리는 모두 인생에 대해 배우고 있는 중이구나.

​길고도 짧았던 3박 4일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명상에서 돌아와 바뀐 점 첫 번째. 휴대용 얇은 노트를 샀다. 손목시계를 차고 다닌다. 최소한 메모와 시계 용도로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 두 번째. 자기 전, 버스 안에서, 카페에서 눈을 감고 몇 번의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을 한다. 정식으로 해야한다는 강박을 갖지 않고 실생활에서 몇십초의 알아차림을 가진다. 세 번째. 식사를 하며 잠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조금 더 꼭꼭 씹어 먹는다. 가끔 완두콩이나 가지에서 햇빛과 비와 사람들의 수고가 느껴진다.

​"명상은 배우는 게 아니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날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가면 본격적으로 명상을 '배워야지'라고 생각한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신 듯, 선생님은 명상은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집중, 자각, 알아차림. 4일간 배운 것들을 매일 꾸준히 행해보며, 조금 더 행복한 삶의 길로 한 걸음씩 내딛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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