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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연대를 통한 자유, 그리고 노래. <위켄즈>

 

서울의 게이합창단 'G-Voice'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위켄즈>를 봤다. 당연히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막상 게이에 대해 내가 갖는 이미지는 평범함 보다는 특별함에 가까웠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내가 아는(커밍아웃을 알 수 있었던) 동성애자는 한국에서는 홍석천, 아니면 호주의 꽃미남 가수 트로이시반이나 영국의 샘스미스 정도였고, 그들은 다들 연예인기에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G-Voice의 멤버들은 이런 나의 무식한 편견을 깨는 아주 평범한 이들이었다. 일상속에서 울고 웃으며 사랑을 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멋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나 더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도 몰랐다. 보통 미디어에서 접해온 '커밍아웃'은 부모님과의 갈등, 주변의 혐오, 오랜시간 감춰온 아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알게 모르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각했었다.(그 본래는 긍정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음악으로, 춤으로 즐겁고 신나게 하는 커밍아웃이라니, 정말 세련되고 아름답지 않은가. 아마도 이러한 자신감과 당당함은 그들의 '연대'에서 오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정체성과 지향점을 가지고 노래하기에 세상의 폭력에 맞선 싸움도 그렇게 즐겁게 할 수 있는게 아닐까? (그들을 보며, 같이 불법 공부를 하는 정토회 도반들이 떠올라 새삼 소중함을 느꼈다.)

 

요즘 고미숙 선생님의 사랑에 대한 책을 읽으며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있다. 조건 따위를 떠나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면서 노래와 인권운동을 하는 그 모습들 속에서 '진정한 사랑'에 가까운 무언가를 본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아름다운 인생과 사랑은 늘 음악과 함께라는 것. 따듯하고 뭉클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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