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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처음 본 나의 마음; 내가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

오랜만에 입사 동기 결혼식에 다녀왔다. 회사 생활 몇년차가 지나면서 왠만큼 친하지 않고서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고 있지만, 오늘 결혼의 주인공은 외면할 수 없는 나름 친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간만에 격식있는 옷을 찾으니 마땅한 게 없어 한참 고민하고, 구두에 발이 아플까 운동화를 싸가느라 어울리지 않는 큰 가방을 메고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늦을까봐 조바심을 내며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이상하게도 조바심을 넘어 마음이 점점 불안해졌다. 동기들과 친하지도 않은데 지난번 J 결혼식처럼 뻘줌할까봐 걱정이 되서 이기도 했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 심장이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나 왜 이러지?' 친한 친구에게 카톡을 하며 마음을 달래고 결혼식장에 들어갔다. 늘 똑같은, 다른이의 결혼식장에서 수없이 보았던 것 같은 풍경. 식상한 예식장, 레이스 원피스와 하이힐의 여자들, 검은 양복의 남자들과 부케를 받을 때 박수치며 찍는 단체사진까지..

 

노력해서 웃고 맞장구를 치며 동기들과 식사를 함께한 후, 다같이 가는 술자리를 거절하고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심장이 두근거릴 것만 같았다. 원래도 입사 동기들과 썩 친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까지 불편하진 않았었는데... 다들 결혼해서 아기나 부인, 남편을 대동하고, 예물로 받은 샤넬 가방을 들고, 집을 사고 외제차를 끌고 오는 그런 모습들이 예전보다 더 이질감이 들었기 때문인가? 정말 나와는 다른 길의 사람들, 다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인지, 진짜 날 불편하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헷갈렸다.

 

불 꺼진 집에 돌아와 쇼파에 누우니, 공들여 한 화장과 신경쓴 스타일이 허무했다. 짧은 결혼식 나들이였는데, 참 요즘의 나 같지 않은 시간이었다. '결혼식에 가서 정작 축하는 하나도 안하고 왔구나.'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이 회사 사람들 속에 동화되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게 나에게 맞는 옷일까.' '동기들은 나름 착하고 모난 구석 없는 친구들인데, 난 왜 유독 그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걸까.' '정토회에 다니면서 사교성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각 집단에 대한 내 친화력의 양극화가 심해진건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말로, 오늘 내 마음은 왜 그렇게 불안했던 걸까? 가만히 들여다보며 나 자신과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오늘 네가 원했던 게 뭐냐고. 그리고, 네가 진짜로 원하는 삶은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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