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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초짜 리더 일기

 

파트원들과 2분기 면담을 진행하라는 그룹장님의 지시가 내려왔다. 벌써 면담자로써 두 번째 면담이라니! 나는 올 3월부터 두 분의 파트원과 일을 하고 있는 초초초짜 리더이다. 두 분의 파트원은 모두 나보다 연장자이신데, 한 분은 열 살이 많으시고 입사 연차도 7년 정도 선배이신 분이고, 다른 분도 두 살이 많으신 선배이다. 선배님들이지만 모두 나를 리더로 잘 따라주시고, 업무도 잘하시는 분들이라 거의 꽁으로 리더 역할을 해오고 있는 중이다.

 

3월에 리더가 되고 처음엔 어떻게 두 분이 좀 더 재미있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업무 지시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리더쉽에 대한 책도 읽으며 나름 리더 역할을 잘 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직접 큰 그림을 그리고 스케줄을 짜고 업무 분배를 하는 일들이 재미있고, 리더 업무가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네 달이 되어가는 지금은... 몰아치는 격무와 여러 불합리한 상황으로 파트에서 내가 제일 먼저 나가떨어질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솔직히 지금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까지 들어서, 지칠대로 지쳐버린 것 같다.

 

그런 와중에 파트원 면담이라니... 제가 지금 누구 면담할 상황이 아닌데요? 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 퇴근하고 집에 와 찬찬히 생각을 해봤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이 회사를 당장 그만둘 생각이 없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환경 탓, 시스템 탓, 상사 탓만 하면서 내 인생을 방관할 생각도 없다. 내가 리더가 되고 나서 회사에서 가장 배우고 싶었던 것은 리더쉽이었다. 리더쉽을 훈련하는 실전 학교라고 생각하기로 했었는데 요즘 너무 지쳐서 그걸 놓아버렸던 것 같다. 우리 조직의 문제점이 무엇일까? 훨씬 똑똑할 수 있는 사람들의 동기를 없애고, 좌절에 익숙한 상태로 만들어서 점점 머리를 쓰지 않게 만들고, 하향평준화시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이 사람들이 더 퍼포먼스를 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원은 어떤 상태에서 퍼포먼스가 올라가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을 때, 이 좋은 사람들에게 멋진 결과를 보여주고 싶을 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가치를 내는지 알고 있을 때가 아닐까.

 

그렇다면 매번 긴급 보고서를 무자비한 일정으로 쥐어짜내야 하고, 급한 시간에 후다닥 보고서를 만들어서 잘못 만들었다고 혼나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이런 업무패턴 속에서 어떻게하면 긍정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까? 이 회사가 사막이라도 내가 맡은 파트만큼은, 내가 속한 부서만큼은 오아시스에 가깝게 만드는 리더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걸 보면, 나는 아직 파트장을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좋은 리더가 되어보고 싶다. 회사일 아닌 다른 꿈을 키우며 회사의 리더 업무까지 잘 해내는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가... 라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ㅎㅎㅎ 그래도 내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으니 할 수 있는데까지는 최선을 다해야겠지. 내일 파트원분들과의 면담이 효과적일 수 있도록, 작더라도 업무에 대한 개선안을 만들어 두 분께 제안해야겠다. 두 분의 고민과 힘든 점들도 들을 수 있도록 말도 잘 꺼내봐야지. 오늘의 초짜리더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