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약간의 거리를 둔다> - 소노 아야코

서점에서 이 책을 본 지는 꽤 됐지만 읽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서는 대충 알만한 감성 자극 에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난 지금, 내 편견이 완전히 틀렸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과 내공이 담겨있는, 아프고 깨달은 후에야 쓸 수 있는 그런 에세이였다. 분명 기독교적인 신앙을 바탕으로 쓰인 글인데 불법와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종교를 깨달아 갈수록 그 기본 진리에는 구분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남겨본다.

 

------------------------------------------------------------------

 

인생의 재미는 이를 위해 지불한 희생과 위험에 정확히 비례한다.

모험을 택하지 않고서는 사는 재미도 보장받을 수 없다.

 

보기 흉하다고 생각하는 감정은 관객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도망칠 길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과 같은 생활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달라지지 못하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밑바닥을 체험한 덕분인지 작은 도움에도 한 줄기 빛을 만난 것처럼 감사하는 버릇이 생겼다.

 -> 이 부분은 작가의 내공인 것 같다. 작가는 어릴 때 가정폭력으로 불우한 시절을 보냈지만

     그 불행을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었다.

 

불행은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불행도 재산이므로 버리지 않고 단단히 간직해둔다면 언젠가 반드시 큰 힘이 되어 나를 구원한다.

 

사람들 모습 속에 절반의 악과 절반의 교활함이 감춰져 있음을 나는 비난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반쯤 교활한 인간에겐 어김없이 그만큼의 교활하지 않은 인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타인의 티끌만한 단점에도 불만이 생기는 내가 명심해야 할 내용이 아닐까.

 

우리는 가까이에 어울려 살아가더라도 바라보는 인생의 풍경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언제부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휘감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죽음을 떠올리지 않았다.

오직 언제쯤 저녁을 먹을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있었다. '결핍'에 의해 얻어진 생활에 대한 실감이었다.

 

염려와 공포는 불필요한 것들을 소유함으로써 생겨난다.

 

인생의 매순간이 나에게 행운인지, 아닌지를 결정짓는 기준은 감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나마 내가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배경이 누구의 도움 때문인지를 떠올리지 못하게 되는 순간, 인간은 불만 덩어리가 되어 불행의 나락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