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2년, 서투른 솜씨로 어렵게 취득한 후 장롱속에 고이 모셔두었던 운전면허증을 7년만에 다시 소환했다. 오늘은 바로 방문연수 첫째 날이다. 물론 예전에도 몇 시간 연수를 받은 적은 있었는데, 딱히 당장 운전할 일이 없어 끝까지 배우지 않고 흐지부지 되버리고 말았었다. 같은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연수 종료 바로 다음날에 친구와 운전여행을 갈 계획을 세웠다. 편도 1시간 거리를 30분씩 나눠서 운전해야 하는 미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연수는 꼭 완수를 하고 10시간 수업안에 운전도 마스터해야만 한다.
강사님을 만나러 가기 전, 최소한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네이버에 브레이크와 엑셀의 위치를 검색했다. 잠깐의 설명 후 바로 실전 운전이 시작되었는데, 예전에 몇 시간 배운 가락이 조금 남아있는건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직진은(?) 할 수 있었다. 차선변경, 우회전, 그리고 좌회전까지 조금씩 더 어려운 것들을 시도해 보면서, 긴장되면서도 점점 더 재미가 느껴졌다. 면허를 딸 때는 1종 스틱으로 하는 바람에 이해도 못 한 상태로 어거지로 땄고, 첫 연수를 받을 때도 정신없이 했던 기분이었는데, 오늘은 뭔가 시야가 트여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2시간의 짧은 수업이 눈 깜짝할 새에 끝났다.
운전을 하게되는 건, 몰랐던 세상 하나를 열 수 있는 열쇠를 얻는 느낌인 것 같다. 연애라는 걸 처음 해 본 후에 달라지는 느낌이라던지, 영어를 배우기 전과 후에 여행의 밀도 차이가 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뭔가 시각, 촉각, 청각처럼 내가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새로운 감각 하나를 얻은 기분이다. (그렇다면 면허증을 딸 때는 도대체 뭘 배운거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묻지말아 주시길...ㅜㅜ) 연수를 마치고 집에 와서 쏘카 대여료를 검색하며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K3로 할까? 레이가 더 싸네? 나중에 테슬라도 빌려 타볼까? 나의 이 새로운 감각을 쑥쑥 키워서 얼른 자유롭게 운전을 하고 여행을 다니고 싶다. 미국 자동차 횡단 여행도 꼭 가야지. 아, 설레고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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