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꼬였다. 아침 일찍 - 그래봤자 6시 반 - 공항버스를 타야하는 게 불안했는데,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나는 나를 너무 잘 알아...). 수원에서 인천공항까지 상큼하게 7만원의 택시비를 지출하며 코로나 이후 첫 여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공항가는 길부터 여행으로 느껴져 오히려 좋았다. 역시 좋은 게 좋은거!)
공항은 붐볐음에도 비엣젯 티켓팅 줄에 아무도 없어 출국장은 순조롭게 들어왔다. 먹는게 최우선인 나답게 면세 쇼핑을 포기하고 마티나 라운지로 가 황급히 음식들을 흡입했다. 마티나 라운지의 빵은 정말 맛있었고, 야무지게 빵 두 개를 챙겨나와 비행기 안에서 야금야금 먹으며 나트랑으로 날아갔다.
미리 추가금을 내고 비상구 좌석을 선택한 덕분에 편히 발을 뻗고 비행을 했다. 좌석이 불편하고 연착이 많기로 악명높은 비엣젯이라 더 비싼 항공사를 택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역시 직접 타보길 잘했다. 비상구 좌석이면 그래도 다섯시간은 견딜만 한 비행기인 것 같다. (하지만 비상구 좌석이 없고 만석이라면...? 그냥 돈을 더 쓰겠다.)
드디어 나트랑 도착. 처음 본 베트남의 하늘이 너무 예뻤다. 인터넷 후기를 보고 너무 더울까봐 걱정했는데, 그냥 한국의 한여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역시 직접 와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입국장을 나와 그랩을 부르려던 찰나, 셔틀버스가 서있길래 냉큼 탔다. 시내까지 요금은 6만동으로 대략 3천원. 이것이 바로 베트남의 물가로구나!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바라보며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너무 설레고 행복했다. 여러 일로 정신없고 지쳐있던 때에 스스로 찍고 온 내 인생의 쉼표. 나는 이렇게 낯선 곳에서 버스만 타고 다녀도 좋아하는 사람인데... 내가 누구인지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이국적인 풍경과 쨍한 햇살, 모든 게 반짝거리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시타딘 호텔 도착. 생각보다 룸은 작았지만 멋진 오션뷰가 마음에 들었다. (룸이 작다고 카톡을 하니 나의 베프 왈, '네 원룸 방에 비하면 대궐인데?'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ㅎㅎ) 시내 한복판이라 하루종일 자동차 소음이 들린다는 단점(내게는 아주 큰 단점^^)을 빼면, 위치와 시설까지 썩 괜찮은 곳인 것 같다. (가격은 조식포함 2박에 약 18만원)
도착하자마자 마사지를 받고(역대급으로 좋았다), 로컬 맛집을 검색해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한국에서 먹어왔던 가짜 베트남 쌀국수여 안녕... 이것이 진정한 비엣남 쌀국수! 향채 러버인 내게 베트남산 향채들은 정말 사랑이었다. 쌀국수를 먹으며 핸드폰 메모장에 써 놓은 한마디로 그 때의 감상을 대신한다. '여기가 극락인가?'
식당의 종업원이 '안녕하세요?'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등등 교과서를 보고 공부한 것 같은 한국어를 일부러 써주는 것도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다:)
맥주와 물, 망고를 사와 혼술을 하며 여행 첫 날을 마무리했다. 작업을 하려고 노트북을 열어놨지만, 맥주와 과자만 열심히 먹고 침대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나트랑에 오길 정말 잘했다!
P.S. 장단점이 분명한 나트랑. 첫 날 가장 무서웠던 건 횡단보도 길 건너기였다. 베트남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상황 단 한가지를 꼽으라면 자동차가 보행자에게 양보를 하는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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