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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가 좀 손해봐도 된다

1년 넘게 고민해온 이사를 이번에 결정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조금 손해봐도 된다'는 마음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이사를 고민만 하며 단행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이유는 결국 '손해를 볼까봐서(어쩌면 실수를 할까봐서)' 였다.

 

집을 산다면 가장 싸고 좋은 물건을 사야하는데,

월세를 간다면 집을 잘 고쳐주는 마음씨 좋은 집주인의 물건으로 가장 싸고 깔끔한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사를 가서 출근길이 멀어지는 건 싫은데,

지금보다 좋은 집에 가고 싶지만 지금보다 돈을 더 쓰긴 싫은데,

지금 집에서 갖는 장점을 잃긴 싫고 이득만 얻고 싶은데...

 

모든 결정은 기브앤테이크인데, 하나도 잃지 않고 얻으려고만 하니 앉은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고 마음은 너무나 괴로웠다. 그런 답답함이 1년을 쌓인 끝에, 며칠 전의 나는 문득 마음을 정했다. 그냥 내가 좀 손해봐도 된다. 거래에서 내가 조금 더 쓰게 되도 된다. 남이 잠깐 더 이득을 봐도 된다. 그리고 용기내어 매물을 정하고 이틀 후 바로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어릴때부터 엄마가 해주신 조언이 있다.

'늘 내가 조금 손해본다고 생각해.'

 

엄마는 지인들과 과일을 나눠가질 일이 있으면 남들이 좋은 것을 골라가고 난 후에 남아있는 상처난 것을 가져온다고 하셨다. 어릴 적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고, 커서는 엄마가 인생 최고의 조언을 해줬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삶에서 실천은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 이사를 통해 실천을 해 본 결과, 내가 손해를 보는 결정은 나를 행동할 수 있게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주어 결국 내게 이로운 결정이었다.

 

내가 좀 손해봐도 된다.

아니, 내가 좀 손해보면 결국엔 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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