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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맹탕

 

친구를 만나고 식당엘 가고

나름 남들처럼 돈을 써봐도

소금 한 통에 간이 안나는 국처럼

사는 게 온통 맹탕일 때가 있다

 

웃자고 하는 한마디가 거슬리고

한 입 얻어먹지 못해 껄덕대는 거지처럼

배려와 관심이 서글프게 고파

먹고 또 먹어도 허전할 때가 있다

 

그 빈 속 채우려

핸드폰 연락처를 뒤적이거나

전화나 메세지에 기대어 봤자

물로 채운 뱃속처럼 허무할 걸 알아버린 때에

 

노트북을 열고 빈 화면을 끄적이기 시작한다

 

작은 도마위에 재료를 썰어내듯

맹탕이었던 하루를 잘게 썰어놓으면

짠맛 신맛이 뒤덮은 틈으로 빼꼼 단맛이 고개를 내민다

내 멋대로 버무려 한그릇 글로 쏟아내면

문득 입 안으로 사는 맛이 감돈다

 

그래서 쓴다

그래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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