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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글거리

 

일월 한달이 속절없이 반이나 흘러가고 있는데, 도통 블로그에 글 쓸 거리가 없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요즘은 친구의 일에도 관심이 안생기고 주변을 둘러봐도 통 감흥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설날 연휴에 떠날 제주도 여행인데, 사실 제주도도 대여섯번은 가본 터라 큰 기대도 없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은 종종 있지만, 그 몇 번의 순간들을 연결해서 어떤 의미나 주제를 떠올리는 게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블로그 글을 빼먹을 수도 없어서 되도 않는 글 쓸 거리가 없다는 글까지 쓰고있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으니 오늘 읽은 책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의 한 부분으로 마무리 해야겠다.

 

시간이 오버됐는데도 기다리는 승객들 안타까워서 바로 차 돌려 운행을 재개하는 동료가 있다. 오면서 정류장에 있던 승객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안 쉬고 왕복으로 달리면 시내버스로 세 시간 가까운 운행을 해야 하는데 몸이 완전히 가버린다.

 

외진 도청 앞에서 목이 빠져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던 가난한 승객들에게는 양심이 준 선물이다.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잔뜩 열이 받아 있는 승객이 화를 풀 길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기사밖에 없다.

 

"어이 기사, 이 버스 몇 시 차여. 여기서 얼마를 기다렸는지 알어?"

 

눈물 나서 대꾸도 하기 싫다. 대꾸도 않는다고 또 시비다. 앞차를 빼먹은 동료도, 항의하는 승객도 그 어떤 누구도 잘못이 없다. 모두가 자기 입장에서는 옳고 자기 인식 수준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삶이 징그럽게 외롭고 고독한 대목이다.

 

그런 경우에도 무심하게 대꾸를 해주는 형님이 있다. 한번 맘먹고 나섰으면 모두 감수해야 한단다.

 

"아 예, 앞차가 사고라도 났는갑만요." 

 

(76~77쪽, 전주대-우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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