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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탈고 일기

헬스장 피티를 받고 집에 오는 길.

아파트에 들어와 엘리베이터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데, 뭔가 이상하다.

뭐지? 풉..

헬스용 운동화를 신고 와버렸다.

그럼 내 원래 신발은 어딨지? 제대로 사물함에 두고 온 건 맞나?

아니 두 눈 똑바로 뜨고 내 손으로 사물함에 넣고 왔는데, 어떻게 반대로 넣고 버스타고 집까지 올 수가 있지?

요즈음 잠도 못자고 달려온 피로가 이런데서 빼꼼 티를 내는 것 같다.


요 며칠은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가사가 왜 그렇게 안써지던지. 토요일부터 4일 동안 일, 운동 빼고는 모조리 작업에만 올인했는데

노래에 어울리는 컨셉 잡기가 정말이지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조금 고통스러운 느낌이기도 했다.

거의 써놓고 싹 갈아엎기를 두세 번. 제목과 컨셉 바꾸기도 세 번 쯤 했을까.

오늘이 제출 납기였는데 어제 밤에 또 다시 갈아엎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은 적당히 수정하는 선에서 새벽까지 마무리를 했다.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지금 내 실력에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이었다.


어제 작업중엔 지난 번 제출곡에 다른 사람의 가사가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그 노래는 내 가사가 될 줄 알았는데..

선생님께도 칭찬을 받았고, 솔직히 나도 내가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실망감에 눈물이 났다. 잠깐 울다가 눈물을 닦고 써야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처음엔 그냥 한 번 배워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조금씩 더 간절해진다.

지금 내가 하는 것 중에 가장 재미있고, 더 잘하고 싶게 만드는 일이다.

이번 주 학원에 가면 내 작품에 어떤 피드백을 주실까?

고작 2~3분이나 될까 한 짧은 피드백을 듣고 싶어 토요일을 기다린다.


이제 토요일까진 과제가 없으니 숨 좀 돌리며 헬스장에 놓고 온 신발도 찾아와야 겠다.

그리고 다시 운동화 끈을 매고 또 다음 작품을 향해 달려봐야지.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소중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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