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일 A 결혼식 가?"
피티를 마치고 확인한 카톡창에 불청객인 메세지가 하나 떠 있다.
잠깐 당황하고, 어이가 없어져 피식 웃는다.
아마 축의금 부탁을 하려고 연락한 것 같은데,
A와 내가 어떤 사이였는지 모르는 오빠이기 때문에 욕을 할 수도 없다.
그냥 재수없는 사고처럼, 결혼식이 내일이라는 걸 알게 되버렸다.
A와 나는 입사 동기로, 신입사원 연수가 끝나고 같은 부서로 배치 받았다.
1년을 비밀리에 사귀고, 헤어지고 나서도 같은 팀에서 일한 기간이 2년은 넘었던 것 같다.
헤어진 다음날에도 하루 종일 목소리를 듣고, 다른 여직원들과 웃으며 농담하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그 땐 아마 그게 얼마나 힘든건지 가늠도 안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 A가 퇴사하며 우리의 악연(?)은 끝났고, 시간은 흘러 벌써 5년 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게 잊고 지낸 기억이었는데, 얼마 전 우연찮게 결혼 소식을 들었고
급기야 오늘은 결혼식 날짜까지 정확하게 알아버린 거다. 바로 내일.
티비 드라마에서나 보던 전남친의 결혼이라는 "이벤트"가 내 인생에도 나타나는 구나.
더 정확하게는 "내가 남친이 없을 때, 그 놈이 나보다 빨리하는 결혼" 말이다.
이미 좋아하는 감정은 끝난지 오래라서 슬프진 않다.
그런 DDONG을 누가 치워가는지, 이제 좀 그 이기적인 성향은 고쳤는지는 궁금하지만.. 뭐 내가 걱정할 건 아니겠지.
문득 옛 감상에 젖다가, A와 함께하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곤 문득 든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띈다.
그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좋다.
5년 전, 그의 연락만을 기다리고 그를 생활의 중심에 뒀던 나 보다,
내 꿈과 인생에 집중하게 된 지금의 내가 훨씬 좋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그래서 하나도 아쉽지 않은 것 같다. A의 결혼이.
첫사랑에 허덕이던 날들을 지나, 첫사랑의 결혼 소식도 덤덤하게 넘기는 날이 왔다.
앞으로 5년 후의 나에게는 또 무슨 일이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되더라도
"지금의 내가 예전의 나보다 더 좋아서, 지나간 과거가 아쉽지 않다"고 5년 후에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A야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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