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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거리 일월 한달이 속절없이 반이나 흘러가고 있는데, 도통 블로그에 글 쓸 거리가 없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요즘은 친구의 일에도 관심이 안생기고 주변을 둘러봐도 통 감흥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설날 연휴에 떠날 제주도 여행인데, 사실 제주도도 대여섯번은 가본 터라 큰 기대도 없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은 종종 있지만, 그 몇 번의 순간들을 연결해서 어떤 의미나 주제를 떠올리는 게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블로그 글을 빼먹을 수도 없어서 되도 않는 글 쓸 거리가 없다는 글까지 쓰고있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으니 오늘 읽은 책 의 한 부분으로 마무리 해야겠다. 시간이 오버됐는데도 기다리는 승객들 안타까워서 바로 차 돌려 운행을 재개하는 동료가 있다. 오면서 정류장에 있던 ..
내가 행복해지는 이해와 공감,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 허혁 지음, 수오서재 (오늘의 독서 기록, 1~51쪽) 시청에 접수된 어르신들의 대표적인 불만 중에 하나가 행선지를 물어보면 기사가 대답을 잘 안 한다는 것이다. 교육 중에 그 말을 듣고 내심 기뻤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가 다른 기사도 나랑 같구나 하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주차된 차들을 피해 정류장을 들락날락하다 보면 저절로 화가 쌓인다. 나갈 때 잘 비켜주지도 않는다. 밀어붙이다 종종 시비가 붙는다. 만원버스 앞을 칼치기로 들어오는 운전자도 있다. 하루면 한두 번은 아찔한 상황이 꼭 생긴다. 쫓아가서 작살을 내고 싶은데 승객들 때문에 참는다. 하루 종일 힘들었을 텐데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 하지 않겠는가! 시내버스기사는 서비스직이 아니고 결국 운전직이라 버스 안보다 버스 밖이 열 배는 힘들다. 짜..
그토록 찾아 헤매온, <모든 것이 되는 법> , 에밀리 와프닉 지음, 김보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은 하나의 집중 대상을 선택하고 나머지 다른 관심사들은 포기해야 하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아울러 새로운 것을 배우고 창조하며 여러 정체성 사이를 오고가는 데서 기쁨을 찾는, 별난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당신은 한 가지 일만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이는 아무도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비밀이다. (서문, 10쪽) 여러가지에 관심이 있지만 하나를 오래 파고들지는 못하는 스타일, 나는 이런 내 성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도 회사에 다니며 작사를 배우고 있고, 입사하기 전엔 영화 연출부로 일하기도 했으며, 여전히 나는 하고 싶은 한 가지를 선택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것도, 저것도 (얕고 넓게) 관심이 있으니까. ..
처음 들은 노래 지난 토요일은 작사학원 재등록 첫날이었다. 첫 시간에 선생님은 노래를 전문가처럼 들어야 한다면서, 보컬만 듣지말고 악기별로 하나씩 집중하며 들어보라고 말씀하셨다. 어제 퇴근길에 문득 그 말씀이 생각나 장범준의 노래를 그 방법대로 들어보기로 했다. 선곡은 요즘 매일같이 듣던 로 완료. 일단 기타치는 장범준이니까 기타부터 들어보자 했는데, 노래가 시작하자마자 다른 악기에 묻혀 알아 듣기가 힘들었다. 흠, 기타는 너무 어려우니 소리가 큰 드럼을 따라 들어봐야지. 그런데 듣다보니 쿵짝 쿵쿵짝 하는 소리 사이사이로 츠츠, 치치(?) 하는 것 같은 소리가 박자를 타고 들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드럼인가?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사운드였는데, 한 번 들리기 시작하니 1절에서부터 꽤 크게 들렸다. 그 다음으로는 피아노..
맹탕 친구를 만나고 식당엘 가고 나름 남들처럼 돈을 써봐도 소금 한 통에 간이 안나는 국처럼 사는 게 온통 맹탕일 때가 있다 웃자고 하는 한마디가 거슬리고 한 입 얻어먹지 못해 껄덕대는 거지처럼 배려와 관심이 서글프게 고파 먹고 또 먹어도 허전할 때가 있다 그 빈 속 채우려 핸드폰 연락처를 뒤적이거나 전화나 메세지에 기대어 봤자 물로 채운 뱃속처럼 허무할 걸 알아버린 때에 노트북을 열고 빈 화면을 끄적이기 시작한다 작은 도마위에 재료를 썰어내듯 맹탕이었던 하루를 잘게 썰어놓으면 짠맛 신맛이 뒤덮은 틈으로 빼꼼 단맛이 고개를 내민다 내 멋대로 버무려 한그릇 글로 쏟아내면 문득 입 안으로 사는 맛이 감돈다 그래서 쓴다 그래서 쓴다
운전하는 여자, 나야 나 연말 휴가기간 동안 쏘카 스토닉을 렌트했다. 나의 베프와 함께 운전 연습을 하며 그동안 차가 없어 가지 못했던 곳들을 여행할 계획이다. 렌트 첫날인 오늘은 가뿐하게 스타벅스 DT 방문으로 (자가운전의 로망 드라이브 쓰루!!) 시작하고자 했는데, 아뿔싸. 나는 유턴을 못하는 걸? 유턴을 해야만 갈 수 있었던 스타벅스 DT점.. 네비를 무시하고 직진만 계속하다가 한번만 시도 해보자는 베프의 격려로 성공적인 첫 유턴;;;을 완료. 눈물의 카페라떼를 손에 얻고 다시 길을 나섰다. 두 번째 목적지인 호수공원에 들러 잠깐 창문밖으로 호수를 바라보고 저녁을 먹을 곳을 찾았다. 맛집, 맛집, 그동안 차가 없어서 못갔던 숨겨진(?) 맛집을 가야한다는 압박으로 평소에 가던 식당들은 갈 수 없었다. 네이버 검색으로 열심히 ..
휴가의 시작은 요양으로 혹여라도 아니기를 기도했건만, 염증이 재발해 수술을 받고 왔다. 수술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물때까지 꽤 고생인데, 하필 연말에 재발이라니. 기똥차게 휴가기간에 병을 내려 회복일정을 넉넉하게 주신 그 분께 감사라도 해야하는 건지... 무튼 일년의 마무리를 이렇게 하고 지나가게 되었다. 일어나자마자 병원에 가 수술을 받고 돌아오니 오후 세시가 되어가는 시간, 그대로 소파에 누워 드라마를 틀었다. 오늘은 당당하게 아무것도 안할 수 있는 아픈 날이니까. 정신없이 티비를 보다가 부대찌개를 시켜먹고 또 누워서 한참을 보고... 누워있기에 지쳐 시계를 보니 열시가 넘어있다. 조금 휴식을 취하고 배를 깎아먹고 이번엔 미드 프렌즈를 틀었다. 하루종일 뒹굴며 티비를 보는 게 이렇게 좋을 수가. 오..
강하늘의 재발견! <동백꽃 필 무렵> 일주일만에 끝내버린 덕분에 오랜만에 드라마에 삘이 꽂혔다. 사실, 초반의 신선함 이후로 실망을 안겨준 멜로가 체질이 너무 아쉬워서, 마지막까지 재미있는 제대로 된 드라마를 한 번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주변인들이 극찬하는 또 다른 드라마 정주행 시작. 모두에게 구박받는 비련과 미모를 겸비한 여주인공이라는 극한 신파를 전면에(?) 내세운 신선함, 멜로와 스릴러를 결합한 시도도 재미있지만, 누가 뭐래도 이 드라마의 최고 묘미는 배우 강하늘의 무대뽀 순정파 연기인 것 같다. 영화 의 윤동주 역할 이후로 처음봐서 그런지 더욱 반전이다. 이런 깔끔한 비주얼에서 그런 '착한 동네 바보 똑똑이 무대뽀 무식이 순정남'을 결합한 놀라운 연기가 가능하다니... 12월 남은 연말은 동백꽃 너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