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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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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오늘 나의 베프 A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A는 친한 직장동료가 다른 사업장으로 전배를 가게되어 너무 슬프고 아쉽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약속을 해야만 볼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이 서운하다면서. 친구는 진심으로 속상해했는데, 나는 잘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내 머릿속의 직장동료란 언제든 떠나고 영원히 헤어질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녀가 '동료'를 '우정(?)'으로 생각하는 연결고리가 와닿지 않았다. 실은, 진짜 문제는 언제부턴가 내가 타인에게 공감을 잘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A를 떠나는 상대가 동료가 아닌 친구나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해도, 나는 아마도 형식적인 위로만 건넬 뿐 진심어린 공감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의 감정 기복이 조금 줄어들었다..
습관 들이기 아홉째 날, 심폐소생술에 들어가다 영어책 한 권 외우기를 시작한 지 오늘로써 9일째 되는 날. 이번엔 대견하게도 작심삼일이 아니라 6일 정도까지 갔는데, 여지없이 또 무너지기 시작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심폐소생술이 들어가줘야 할 때다. 퇴근길 버스에서 중얼중얼,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서도 중얼중얼 밀린 벼락치기 암기를 하며 다시 재미를 붙여본다. 죽어가던 의지가 기적적으로 소생한다. 두 번째 작심 6일, 다시 한번 가보자!
고마울 따름 나를 기다리는 뒷모습에 설레었다 작은 것에 생색내는 말투가 얄미웠다 밥을 사주고는 손해인가 싶었다 힘들다는 하소연에 문득 안쓰러웠다 헤어지니 아른거림에 재빨리 끄적였다 글감 하나 주고가니 고마울 따름
혼자 여행하는 이유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녘에 버스를 탈 때면, 스물두 살 캐나다 워홀 시절에 혼자 떠났던 시애틀 여행이 생각난다. 벤쿠버에서 시애틀까지 버스로 얼마나 걸렸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위가 깜깜한 시간 버스를 타고 꽤 오래 달려 국경을 넘었었다. 스마트폰도 구글맵도 없던 시절, 영어도 못하면서 겁은 또 왜 그렇게 없었는지. 아마 그 때는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몰랐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왜 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했을까? 자주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고, 맛집 투어나 인생사진을 남기기도 어려운데. 줄을 서도 둘이 서는 게 여러모로 편하고, 길을 찾아도 둘이 찾는 게 더 빠른데 말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혼자 여행을 하는 순간에 느끼는 자유로움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이건 혼자서 내 마음대로 일정을 짤 수 있..
연애하는 마음 연애하는 마음으로 쓴다 그 누군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실은 내가 한없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마에 써붙일 수는 없어 글을 쓴다 영화도 봤다 책도 봤다 적어놓지만 결국 네가 보고싶다는 말을 숨겨 놓는다 멋드러지게 보여주고 싶어 한참을 써놓고 지워버린다 나 좋아서 하는거라 말하고는 온 손끝은 너를 향해 키보드 위를 가른다 바로 당신에게
가장 슬픈 일 창작하는 이에게 가장 슬프고 좌절스러운 일은 무엇일까. 마음속의 경쟁자보다 뛰어난 작품을 내놓지 못하는 것? 아니, 아닐 것 같다. 아마도 가장 슬픈 일은 과거의 내 작품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일 거다. 이미 지나간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예술이라면, 그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니까. 그렇다면, 어쩌면 대표작이라곤 없는 (심지어 '작'이라고 할 것도 없는) 아마추어 작가야 말로 가장 행복하게 예술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그들의 매일은 어제보다 더 나은 작품을 쓸 수 있는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말이다. 최고의 예술가들이 십 년을 걸려 다시 얻을 희열을, 걸음마를 걷는 이들은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아직 프로가 아니라, 최고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이제 막 글을 쓰기 ..
191125 출장 첫째 날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출장에 오게 되었다. 두 번째로 방문한 디트로이트는 겨울이라 그런지 지난번보다 더 황량한 느낌이다.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내 앞의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부부가 심사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공항 경찰관에게 어디론가 인도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쫄았지만, 빈정거리는 말투의 심사관은 관대하게도(?) 나를 무사 통과 시켜주었다. 입국도 못해서 회사에서 망신당하면 어떡하지라는 말도 안되는 걱정을(정말로 걱정했다!) 했었는데, 일단 1차 관문은 통과! 친절한 우버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딱 세 시간만 자고 일어나 미팅 준비를 하려고 했건만, 삼십분씩 알람을 연장하며 도합 여덟시간을 푹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다. 이제라도 일을 해야지라며 컴퓨터를 켜는데 배가 고파 한국..
처음 본 나의 마음; 내가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 오랜만에 입사 동기 결혼식에 다녀왔다. 회사 생활 몇년차가 지나면서 왠만큼 친하지 않고서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고 있지만, 오늘 결혼의 주인공은 외면할 수 없는 나름 친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간만에 격식있는 옷을 찾으니 마땅한 게 없어 한참 고민하고, 구두에 발이 아플까 운동화를 싸가느라 어울리지 않는 큰 가방을 메고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늦을까봐 조바심을 내며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이상하게도 조바심을 넘어 마음이 점점 불안해졌다. 동기들과 친하지도 않은데 지난번 J 결혼식처럼 뻘줌할까봐 걱정이 되서 이기도 했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 심장이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나 왜 이러지?' 친한 친구에게 카톡을 하며 마음을 달래고 결혼식장에 들어갔다. 늘 똑같은, 다른이의 결혼식장에서 수없이 보았던 것..